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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생활: 성경 톺아보기
* 톺아보다 [토파보다]: ① 샅샅이 훑어 가며 살피다 ② 틈이 있는 곳마다 모조리 더듬어 뒤지면서 찾다
조금은 까칠한 시각으로 성경 각 권을 탐험(exploring)해 봅니다. 무작정 정답만 얻으려고 떠나지는 않습니다. 성경저자들이 간 길을 따라감으로 당시 상황과 배경 안에서 그들의 저작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를 찾아 성경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자 하는 것이 탐험의 목적입니다. 이 톺아보는 여정 중에 가끔 머리도 복잡해지겠지만😵💫,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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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서 입문: 이해를 위한 준비 (5) - 왜 복음서를 기록하였는가?
신약
신약
작성자
민나인
작성일
2026-02-22 21:44
조회
33
예수님 이야기는 왜 하필 '글'로 남겨졌을까?
예수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한참 뒤에야 복음서가 기록되었는데,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성경의 성격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질문 하나를 던져야 합니다. 바로 "복음서를 왜 기록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여러분들은 혹시, 성경을 읽다 보면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기지 않습니까? 학자들은 최초의 복음서인 마가복음이 예수님 사후 약 30년이 지난 60년대가 되어서야 완성되었다고 봅니다. 30년이면 한 세대가 훌쩍 지나는 긴 시간인데, 왜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진작에 펜을 들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왜 하필 그 시점에 '문서'라는 형태를 빌려 기록하기 시작했을까요? 오늘은 그 뒤에 숨겨진 4가지 흥미로운 이유를 톺아보려고 합니다.
목격자가 사라지는 시대적 위기에서 그들의 선택
1. 세대교체의 파도, "목격자가 사라지고 있다!" (역사적 이유) 가장 먼저 맞닥뜨린 현실적인 고민은 바로 시간의 흐름이었습니다. 예수님을 직접 보고 만졌던 1차 목격자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기 시작했죠.
누가복음을 쓴 누가는 서두에 '우리'와 '처음부터 목격자였던 자들'을 분명히 구분합니다(눅 1:2). 본인이 2세대에 속한다는 걸 쿨하게 인정한 거죠. 이들에게는 비상이 걸린 겁니다. "아, 이러다가 예수님의 생생한 가르침이 왜곡되거나 잊히면 어떡하지?" 하는 절박함 말이죠. 예수님의 생애를 직접 눈으로 본 증인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공동체에 큰 위기였습니다. 그래서 다음 세대를 위해 예수님의 사역을 가장 영구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인 '문서'를 택하게 된 것입니다. 이걸 우리는 역사적 이유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2. "이 기쁜 소식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복음 전도적 이유) 두 번째는 전도용 브로슈어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복음 전도적 이유). 물론 당시에도 복음의 핵심 메시지는 있었는데요, 하지만 바울의 편지들을 보면 "예수님이 우리 죄를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셨다" 같은 아주 짧은 요약본(Kerygma, 케리그마) 뿐이었습니다. (* '케리그마'는 차후에 다른 꼭지에서 설명하겠습니다)
하지만 불신자들에게는 더 구체적인 '스토리'가 필요했습니다. 이것이 예수님이 어떤 분이었는지, 어떤 기적을 행하셨는지 보여주는 긴 이야기(내러티브) 형태의 복음서가 탄생한 배경입니다. 요한복음의 저자는 "너희로 믿게 하려 함이요"(요 20:31)라며 아예 대놓고 이 책의 목적이 전도에 있음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3. "제대로 알고 믿읍시다" (교육적 이유)
이미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공부는 필요했습니다. 바로 교육적(Didactic)인 목적으로 말입니다. 누군가 "우리가 믿는 분이 대체 어떤 분이야?"라고 물었을 때, 체계적으로 가르칠 교재가 필요했던 거죠. 만약 누가복음의 수신자인 데오빌로가 이미 신자였다면, 그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신앙을 더욱 체계적으로 정리했을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마태복음에는 이런 교육적 의도가 아주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마태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다섯 개의 큰 단락으로 깔끔하게 정리해 뒀습니다. 특히 '산상수훈' 같은 부분은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보여주는 최고의 지침서이기도 합니다.
<마태복음의 족집게 강의 5단락>
하나님 나라의 선포: 5~7장 (그 유명한 산상수훈!)
선교: 10장 (세상을 향한 파송)
비유: 13장 (천국을 이해하는 힌트들)
교회의 삶: 18장 (공동체 안에서 지켜야 할 예절)
미래: 24~25장 (마지막 때에 일어날 일들)
재밌는 점은 각 단락이 끝날 때마다 "예수께서 이 말씀을 마치시며..."라는 말이 추임새처럼 붙어 있다는 거죠, 지금 한번 읽어보세요!
4. "가볍게, 더 멀리!" (지리적 이유)
마지막으로 가장 실용적인 지리적 이유가 있습니다. 당시 그리스도인들은 말로 전하는 '구전(Oral Tradition)'을 굉장히 소중히 여겼지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건 거리의 한계가 있었죠.
하지만 문서로 기록하면 이야기가 달라져. 가벼운 종이(파피루스)나 양피지에 적은 기록은 여행자들의 봇짐 속에 쏙 들어갈 만큼 가벼웠죠.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필사해서 국경 너머 먼 곳까지 예수님의 이야기를 '퀵배송'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문서는 복음이 온 유대와 사마리아를 넘어 땅끝까지 흘러가게 만든 가장 혁신적인 도구였던 셈입니다.
그 시대 사람들의 절박함과 사명감
맺으며
복음서가 기록된 건 단순히 과거의 기록을 남기기 위함이 아니라, 보존하고, 전하고, 가르치고, 더 멀리 확장하려는 초기 공동체의 뜨거운 고민의 산물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사라져가는 기억을 붙잡기 위해 밤을 지새워 펜을 들었고, 또 누군가는 그 무거운 진리를 가벼운 두루마리에 담아 낯선 길 위로 자신을 던졌습니다.
오늘 우리가 이 복음서를 읽을 수 있는 건 2,000년 전 그 누군가가 "이 소중한 이야기를 꼭 기록으로 남겨야 해!"라고 결단하며 펜을 든 덕분이라는 게 참 고맙지 않습니까?
그들의 절박했던 기록 덕분에, 2,000년이라는 아득한 시간을 건너 우리는 오늘도 예수의 숨결을 곁에서 느낍니다. 이제 이 빛나는 기록들은 우리 각자의 삶이라는 종이 위에 새로운 문장으로 쓰일 차례입니다.
당신의 오늘은 어떤 복음으로 기록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