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적인 것, 깊이 생각해야 하는 것,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순수한 열정을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하여

그것을 알려주마: 용어들

성경 해석을 위한 기초 작업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펼쳐보기

전승과 편집 (1): 전승 - 얘들아 얘들아~ 우리 하나님이 바다를 갈랐대 글쎄!

작성자
민나인 민나인
작성일
2026-01-02 18:10
조회
31

전승과 편집: 성경은 어떻게 ‘책’이 되었을까요?



지난번에 우리는 성서비평을 대략 훑어보며 한 가지 결론에 가까워졌습니다. 성경은 하늘에서 완성된 책 형태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역사 속 사람들의 손과 입을 거쳐 천천히 빚어진 이야기라는 것. 오늘은 그 ‘빚어지는 과정’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두 단어를 들여다보려 합니다.

전승(傳承, Oral Tradition)과 편집(編輯, Redaction). 

“옛날 옛날에, 우리 하나님이 말이야… 홍해를 쫙— 갈라버리셨대. 글쎄!”

이야기를 듣는 아이의 눈은 반짝입니다. 바다가 갈라지고, 사람들이 그 사이를 걸어가고, 뒤쫓아오던 군대는 물에 휩쓸리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장면이 머릿속에 펼쳐지지요. 그런데 조금 자라서 성경을 다시 읽다 보면, 이 장면이 묘하게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이야기는 누가 처음 했을까?”
“처음부터 이렇게 정리된 글이었을까?”
“왜 어떤 부분은 자세하고, 어떤 부분은 유난히 짧을까?”

이 질문들이 바로 오늘 우리가 다루려는 주제, ‘전승과 편집’의 출발점입니다.


놀랍게도 과학적으로도 문서보다 구전이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

1. 문서 이전에 이야기가 있었다
전승(傳承)’이란 말, 조금 어렵게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이야기를 입으로 전하고 받아서 이어가는 것이죠. 요즘 말로 하면 “구전 스토리텔링” 정도 되겠네요. 예를 들어볼게요. 우리나라에도 전해 내려오는 옛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단군 신화', '선녀와 나무꾼' 같은 이야기들요. 처음부터 누가 그걸 글로 적지는 않았을 겁니다. 마을 어귀에서, 아궁이 옆에서, 조용한 밤하늘 아래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며 전해졌죠. 그렇게 구전되어 내려온 이야기도 있고 후에 ‘삼국유사’ 같은 책에도 실리게 된 이야기도 있습니다.

성경도 비슷합니다. 아니, 더 깊고 더 생생하죠.

출애굽 이야기, 다들 아시죠? 모세가 지팡이를 들자 바다가 갈라지고, 이스라엘 백성들이 마른 땅을 걷듯 빠져나갔다는 그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 장면을 누가 직접 보고 적은 걸까요? 그날 그 자리에 모세, 혹은 그의 측근들이 메모지를 들고 “지금 시각, 바다 갈라짐. 감격의 순간.” 이렇게 썼을까요? 그 이야기도 처음엔 전승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꼭 기억해야 될 중요한 것이 있는데요, 현재 우리 손에 들려 있는 성경은 처음부터 깔끔한 문단과 장절 번호를 갖춘 책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성경 이야기는 먼저 ‘이야기’로 존재했습니다. 입에서 입으로, 밤의 모닥불 곁에서, 아이를 무릎에 앉혀 놓고 들려주던 이야기로 말이지요. 모세가 시내산에서 율법을 받았다는 이야기, 다윗이 골리앗을 물리친 사건, 예수님께서 물 위를 걸으신 기적… 이 모든 게 처음엔 공동체가 모여 앉아 “그때 그랬대…” 하며 나누던 기억이었어요.

“그때 말이야, 우리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
“앞에는 바다, 뒤에는 군대였어.”
“그런데 하나님이…”

이런 식입니다.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고, 누군가는 이를 악물고 말했고, 누군가는 자식에게 교훈처럼 전했을 겁니다.

왜 그랬을까요?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 겁니다. 당시는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 극히 적었고, 글을 쓰는 재료(양피지, 파피루스, 먹물)도 귀했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야기 자체가 살아 움직이는 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부모가 자녀에게, 제사장이 마을 사람들에게 말로 전하며 기억하고, 이야기는 세월이 흘러 공동체의 믿음이 되고 정체성이 됐던 거죠. 사람들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한 게 아니라, 공동체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반복해서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겁니다.

'공동체의 기억법'이라고 할까요?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를 구원하신 분은 누구인가?"


이것이 전승입니다. 만약 전승이 단순히 과거의 사건이나 정보를 전달만 한다면 그것은 녹음기에 녹음을 해서 전해주는 것과 마찬가지겠죠. 하지만 그들에게 전승이란 기억과 해석이 함께 움직이는 과정이자 살아 있는 공동체의 숨결이 스며드는 흔적입니다. 그들에게 이야기는 믿음의 고백입니다.

홍해의 기적 같은 스펙타클한 이야기들이 수백 세대를 거치면 어떻게 변형이 될까


2. 같은 사건, 다른 이야기들
그런데 사람들이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려주다 보면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듬어지고, 강조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약간씩 변형되기도 합니다.

“그러다 내용이 왜곡된 거 아니야?”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조금씩 달라지면, 그럼 그건 틀린 이야기 아닙니까?”

충분히 합리적인 질문입니다. 실제로 전승 과정에서 인간적인 요소가 들어갈 수밖에 없고 사실 우리 삶에서 전승은 늘 이렇게 작동합니다. 20년 전 겪은 어떤 사건을 지금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때, 우리는 그때와 똑같이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때는 화가 났던 일이, 지금은 웃으며 말해질 수도 있고, 사소해 보였던 장면이, 시간이 지나 핵심으로 떠오르기도 합니다. 사건은 같아도, 의미는 달라집니다.

여러분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누군가에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하나를 이야기할 때 항상 똑같은 말로, 똑같은 분량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어느 날은 웃으며 말하고, 어느 날은 한숨 쉬며 말하고, 어느 날은 중요한 교훈 하나만 뽑아서 말합니다. 사건은 하나지만, 이야기는 청중과 맥락에 따라 달라집니다.

전승은 바로 이런 방식입니다. 사실을 버리는 게 아니라, 의미를 보존하는 방식입니다. 

성경의 전승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출애굽 사건을 예로 들어서 말이지만,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한 이 사건도 처음엔 아마 노예 해방의 기쁨과 하나님의 구원하심을 노래하는 찬양으로 시작했을 겁니다. 그리고 정착한 이후 세대가 지나면서 “우리 조상은 이렇게 하나님께 구원받았어”라는 공동체의 신앙 고백으로 전해지며 정체성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을 것입니다. 그러다 포로기를 겪은 사람들에게 출애굽 이야기는 “우리를 다시 건져내실 하나님”의 메시지로 더 강하게 울렸을지도 모릅니다.

바다는 여전히 바다이고, 건너왔다는 사실도 변하지 않지만, 왜 이 이야기를 지금 다시 꺼내는지는 달라집니다.
전승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응답입니다.

같은 사건을 다르게 전하는 구약의 여러 책들, 네 복음서의 미묘한 차이들… 이 모든 게 전승의 흔적입니다. 그리고 성경은 그걸 숨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언어와 기억을 통해 말씀하셨고, 그 과정 자체를 성경 안에 담아두신 거죠. 이런 성경의 다양한 서술 방식은 왜곡이나 오류가 아니라, 하나의 진리를 향해 각기 다른 삶의 자리에서 여러 세대가 함께 쌓아 올린 조화로운 신앙의 기록입니다.


유산으로 남겨진 이야기, 각자의 오늘을 살게 하는 힘

오랜 시간이 흐르다 보면 이야기가 계속 말로만 전해질 수는 없겠죠. 사람은 죽고, 세대는 바뀌고, 기억은 흐려집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누군가는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는 남겨야 한다.”
“잊히면 안 된다.”

그때부터 문자로 기록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기록은 단순한 받아쓰기 작업이 아닙니다. 무엇을 적을지, 무엇을 빼야 할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하나의 이야기로 묶을지, 이미 선택의 연속입니다. 그리고 이 기록들은 한꺼번에 정리된 게 아닙니다, 여러 지역과 여러 시대에 걸쳐 흩어져 있던 기록물들을 누군가 모으고, 배열하고, 연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을 편집(編輯)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잘 따라 오셨나요? '전승과 편집'을 한뭉치로 설명하려니 너무 길어질 듯 하네요. 저도 편집 좀 해야겠습니다. '편집' 부분은 다음 회에 계속 이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전체 0

전체 5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5
전승과 편집 (3): 시리즈를 마치며
민나인 민나인 | 2026.01.08 | 추천 2 | 조회 38
민나인
민나인
2026.01.08 2 38
4
전승과 편집 (2): 편집 - 편집의 손길 너머에 계신 분
민나인 민나인 | 2026.01.08 | 추천 2 | 조회 25
민나인
민나인
2026.01.08 2 25
3
전승과 편집 (1): 전승 - 얘들아 얘들아~ 우리 하나님이 바다를 갈랐대 글쎄!
민나인 민나인 | 2026.01.02 | 추천 1 | 조회 31
민나인
민나인
2026.01.02 1 31
2
성서 비평 (2): 오리엔테이션 - 성서비평의 시작과 현재
민나인 민나인 | 2025.12.30 | 추천 0 | 조회 34
민나인
민나인
2025.12.30 0 34
1
성서 비평 (1): 오리엔테이션 - 성경을 비평한다?
민나인 민나인 | 2025.10.31 | 추천 0 | 조회 30
민나인
민나인
2025.10.31 0 30
로그인
                                                               
      [방문자 수]
오늘22
어제 74
이번달 451
18341

© 2026. Biblephil & Evergreen Bible Ministries.
ㅣAll rights reserved.